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후회될 때는 어떡해야 하나요? 집안에 커다란 여행가방이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게 필요했던 적은 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후회될 때는 어떡해야 하나요?

집안에 커다란 여행가방이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게 필요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먼지는 쌓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누군가 계속 꺼내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저희 부모님은 제가 중학생 때부터 맞벌이 부부셨습니다.언니와 저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되었던 엄마가 다시 병원에 출근하기 시작하셨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퇴근을 하고도 아빠와 제가 먹을 밥을 차리셨고, 3교대로 일을 할 시기에는 아침에라도 음식을 해두고 가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항상 장까지 봐서 오는 건 힘드니 아빠에게 반찬거리라도 먼저 사두라고 하였지만, 그 사람은 자기는 모든 걸 할 줄 모른다며 뒤로 빼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는 “힘들면 일을 그만둬라” 라고 하였습니다.엄마가 아빠를 믿고 의지하여 그 모든 일을 그만두었으면 저는 지금 이 글을 쓸 정도의 여유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로부터 몇 해 되지 않아 우리 가족은 어마어마한 빚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거든요. 그것도 아빠라는 사람이 몰래 뒤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주식의 역기능에 대해서 말입니다. 엄마가 하루에 18시간씩 일하며 겨우 벌어들인, 코로나에 걸려서 이젠 건강하지도 않은 사람이 받아들이기엔 가혹한 일이었습니다. 엄마가 일하며 모아둔 돈과 아빠의 퇴직금으로 급한 불을 껐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다리가 아파 유능한 간호사인 엄마를 붙잡는 원장님을 뒤로 하고 일을 그만두었습니다.엄마는 항상 지방을 떠나고 싶어 했습니다. 지방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비교적 낮은 집값, 그걸로 초래된 공간적 안전함, 사람들이 가진 여유 같은 것들은 엄마에게 답답한 요소들일 뿐이었습니다. 대도시의 문화나 변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열기 같은 것들을 열망하셨습니다. 죽음을 가장 최전방에서 겪는 일을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다큐멘터리와 책을 보며 해외, 특히 동유럽 국가들에 대해 줄줄 말할 수 있을 만큼 꿰고 있지만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가까운 친구도 없습니다. 이곳은 엄마에게 지긋지긋한 감옥일 뿐이니까요.비교하자면 정말 끝이 없지만 그럼에도 더 힘든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당장 굶지도 않고 겉으로는 잘 웃으며 살기도 합니다. 저는 부모에게 빚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해서, 사실 제가 느끼는 상실감도 적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한들 어찌 원망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엄마의 인생이 이렇게 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번 이혼하려 했지만 소송도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엄마가 원치 않아 했습니다. 그런 사람도 남편이고 정이 들었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평소엔 멀쩡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때리는 것만이 폭력은 아닙니다. 웃음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엄마는 시간을 잃었다고 합니다. 모든 순간에 열심이었던 시간들이 후회된다 합니다. 지금의 집을 팔고 저와 엄마가 좋아하는 대도시에 방을 얻어 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가방에 담길 정도로만 짐을 줄이고, 이 도시를 떠나고 나면 후련해질 수 있을까요? 삶의 원동력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상실감이라는 건 너무나 가혹해서, 영영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떡해야 하나요?
당신의 글에는 깊은 고민과 슬픔, 그리고 엄마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습니다. 어머니와 당신 모두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견디며 살아오셨습니다. 현재의 상실감과 후회는 힘든 시간을 지나온 두 분의 감정이 응축된 결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글 속에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희망의 불씨도 보입니다.
• 후회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통해 얻은 경험은 현재와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열심히 살아오신 그 모든 시간이 현재의 결정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떠올려 보세요.
• 감정을 인정하세요. 후회와 상실감을 억누르려고 하기보다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안전한 환경에서 대화하거나, 상담을 통해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시작은 상실감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도시로 이사하는 것은 단순히 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와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어머니와 당신이 좋아하는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삶에 활력을 줄 수 있습니다.
• 다만, 이사 후에도 일상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장소의 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보다는, 변화의 과정에서 새로운 희망과 목표를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 어머니께서 원하셨던 것들(예: 여행, 문화 경험, 대화 상대 찾기)을 조금씩 실행해보세요. 큰 목표보다는 작게 시작하는 것이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취미나 활동을 시도하며, 자신이 무엇을 즐기는지 재발견할 기회를 만들어 보세요.
• 삶의 원동력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과 어머니의 유대는 이미 강력한 힘입니다. 함께 미래를 설계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 상실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점차 나아질 수 있습니다. 상처가 아물 듯,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덜 아프게 느껴질 것입니다.
• 중요한 것은 상실감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독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감정을 끌어안되, 그것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함께 떠날 도시에서의 새 삶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그곳에서 어머니와 당신이 서로에게 더 깊은 위로와 기쁨이 되는 날들이 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삶의 원동력은 늘 우리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을 발견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