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저의 관계는 별거 없었습니다. 그냥 사소한 대화나 몇 번 해봤을 뿐입니다.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모릅니다. 죽은 것도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었습니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냥 죽었습니다.하지만 제 예상컨대, 친구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친구와 했던 마지막 대화 때문입니다. 요리사가 꿈이라던 친구는 이탈리아로 유학하러 갈 예정이라 이제 연락이 안 될 거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한국에 들어오면 연락하라는 말에는 오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 밖에도 자꾸만 영영 사라질 것처럼 굴었습니다.생각해 보면 그때 붙잡아야 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실없는 말만 늘어놓은 게 후회됩니다.장례식은 못 갔습니다.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장례식이 끝난 후였습니다. 그러고도 며칠은 더 지나있었습니다.우린 친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관계였는데 저는 왜 그 애를 잊지 못할까요? 앞서 말했던 후회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애가 너무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럴까요? 저한테 과분할 만큼.그 애는 왜 저한테 이탈리아에 간다고 거짓말을 했을까요. 왜 자기한테도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게 했을까요. 왜 다음에도 살아있을 것처럼 얘기했을까요.제 주변에 그 애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면 저는 영원히 그 애가 이탈리아에 있다고 믿었을까요?저에겐 그리 충격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뿌리박혀버린 그 애를 이제 그만 보내주고 싶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그 애를 잊을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