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애니 보는 게 망설여지네요 역사, 특히 한국사를 애정하는 고2 사학과 진학 꿈나무입니다. 한국사를 잘
역사, 특히 한국사를 애정하는 고2 사학과 진학 꿈나무입니다. 한국사를 잘 아는 편은 못 되지만 흥미를 많이 가지고 있고 좋아합니다. 일단 저는 고1에 한국 근대사를 배우면서 일본이 한국에서 저지른 많은 악행들을 배우고 이에 어떠한 분노? 깨달음?을 느껴 한동안 일본 관련 모든 활동들을 자제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를 두개다 다시 두루두루 즐겁게 소비하게 되었는데 ‘일본인들의 혐한’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오묘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일본이 한국을 싫어하는데 난 뭣하러 일본 애니를 봐서 역사적 가해자인 그들에게 이익을 내어줄까…한심하군’ 이런 생각도 듭니다. 또한 일본 애니를 아무 거리낌 없이 소비하는 제가 뭔가 하면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는 것같이 느껴지고 사학도에 대한 진로에 충실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오늘도 에반게리온을 봤는데 알고보니 디자인 작가가 혐한이더라구요,, 소녀상에 대해 욕한 천하의 10새.. 하여튼 그래서 고민입니다. 역사적인 문제와 제가 일본 애니를 소비하고 싶은 감정을 따로 두어 자유롭게 애니를 보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역사적, 현실의 이해타산적인 일본과 한국의 문제를 고려하고 제 장래도 고민해서 이왕이면 애니를 보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런 고민을 하는 저도 뭔가 시원찮네요.
질문자님께서 한국사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계시며, 특히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사려 깊으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문화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 느끼시는 복잡한 감정들과 갈등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역사적 사실과 개인적인 즐거움 사이에서 오는 이러한 고민은 많은 분들이 겪는 것이며, 결코 시원찮은 고민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책임감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답은 없지만, 몇 가지 관점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역사와 문화의 분리적 시각과 통합적 시각:
* 분리적 시각: 한 국가의 문화 콘텐츠가 그 국가의 모든 정치적, 역사적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화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가치를 가지며, 다양한 개인의 창의성과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특정 작품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은 개인의 정서적 경험이며, 이것이 곧 특정 역사적 관점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문화는 국경을 넘어 소통하고 이해를 넓히는 도구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 통합적 시각: 반대로, 문화 콘텐츠를 통해 특정 사상이나 가치관이 은연중에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발언을 한 제작자의 경우, 그러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만든 작품을 소비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은 자연스럽습니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문화 소비를 단순히 개인의 즐거움으로만 볼 수 없으며, 역사적 배경과 현재의 관계 속에서 더 넓은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 사학도로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과거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현재를 통찰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소비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질문자님께서 역사를 피상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현실 사회의 다양한 측면과 연결 지어 깊이 성찰하고 계신다는 증거가 됩니다.
* 어떤 선택을 하시든, 사학도로서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일본 문화를 소비하시더라도, 그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역사 왜곡이나 특정 시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분석하는 능력은 사학도로서 중요한 역량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비를 자제하신다면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역사적, 윤리적 판단 과정을 더욱 깊이 탐구하고 논리적으로 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질문자님께서 어떤 가치에 더 비중을 둘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인 선택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일본 문화를 소비하시면서도 역사적 의식을 잃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즐거움과 의식을 분리하여 자유롭게 소비하는 길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비를 통해 역사적 가해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거나, 자신의 정체성과 배치된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면, 소비를 자제하는 것이 질문자님의 가치관과 양심에 더 부합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시든, 질문자님께서 현재 하고 계신 깊이 있는 고민 자체가 의미가 있으며, 이는 질문자님께서 한국사를 사랑하고 역사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임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